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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보수우파 파산인가 회생인가

 

 

21대 총선, 보수우파의 몰락 어떻게 볼 것인가?

4·15총선이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우파의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패배의 원인과 진단 그리고 해법에서 다양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어 거대 여당을 상대로 일전불사 하지 못하고 개원 초기부터 밀리는 형국이다. 그나마 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성과이자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2000년대 들어 서구사회에서 ‘이념의 종말’이 정치적 아젠다로 제기됐지만 현대 민주주의의 과정은 좌우의 날개로 나는 새처럼 이 두 세력의 균형이 절대적이다는 믿음이 아직 있다. 따라서 우파의 몰락은 한국사회와 정치사에서 비극의 서막이 될 시그널을 던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보수우파가 파산한 과정과 다음 총선에서 보수우파가 회생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는 무엇인가?

일간지 정치면에서 가장 흔하게 실리는 용어를 꼽으라면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같은 진영논리에 따른 정치세력의 구분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기득권과 기존 질서의 옹호를 주장하느냐 변화를 주장하느냐로 기준으로 나눌 때 쓰이는 비교정치학이나 사회학적 개념으로 이해된다.

한국적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는 정당의 이념이나 당헌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타나게 되고 따라서 경제정책이나 정치이념적인 가치를 갖고 나눌 때는 우파와 좌파로 구분하는 것이 맞다. 기본적으로 우파는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좌파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복지를 가치의 우선으로 내 세우는 경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좌파, 우파를 가르는 기준으로는 진보-보수라는 구도를 삼는 건 무리가 있다. 한마디로 진보와 좌파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고 마찬가지로 보수와 우파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21대 국회에서 여야를 가르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굳이 개념적 잣대를 갖다 된다면 진보좌파와 보수우파 쯤으로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이렇게 규정하지 않는 학자와 정치인들도 다수 있다).

21대 국회를 가르는 여야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을 포함하는 범여권 진영의  진보좌파와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우파가 대립하고 있다. 익히 알다시피 지난 4·15 총선에서 보수우파는 한국 정치사에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패배를 당했다. 2004년 당시 보수우파인 한나라당이 차떼기 파동을 겪고 천막당사에서 총선을 치를 때도 이렇듯 패배를 당하지 않은 것을 돌아보면 이번 선거결과는 치명적인 내상으로 보인다.  

21대 총선, 보수우파는 왜 파산했나?

# 끝없는 보수의 분열…적전 앞 내전 상황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분열이 시작됐다. 20대 총선에서 친박 공천에 대해 반발하여 공천을 거부한 김무성 의원을 필두로 김성태, 강길부, 김학용, 권성동 의원 등이 탈당을 결의해 새로운 보수당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한 마디로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한 시도가 바른정당 창당의 시작이었다.

유승민 의원 경우는 초반에 당을 지키자는 입장이었지만 뒤늦게 창당 대열에 참여했다. 몇 차례의 격쟁 끝에 김무성과 유승민계는 또다시 결별하고 2018년 2월,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합당하며 바른미래당이 창당되었다.

바른미래당은 따뜻한 보수를 기치로 중도보수를 표방했지만 이념적 스펙트럼을 뛰어 넘지 못하고 분리, 21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새누리당의 후신인 한국당과 합당했다. 정치·이념적 결합이 아닌 총선승리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양 당이 손을 잡았지만 지지층의 결합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에는 뒤늦은 합당이었다.

# 코로나19 장벽 앞에 멈춰 서다

총선은 인물과 구도싸움이라는 얘기가 있다. 4·15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공천관리위원장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임명했다.

부산 영도에서 5선을 한 김 전 의장은 한나라당(현 한국당) 사무총장과 원내대표 등 당 요직을 두루 맡았다. 계파 색이 옅고 합리적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공천과정은 매끄럽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공천후유증으로 내분이 드러날 즈음에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초기대응 실패로 정부여당의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3월 중순을 기점으로 상황은 반전됐다.

K-방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선거는 영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예측됐다. 연일 계속되는 코로나19에 대한 뉴스는 선거이슈를 실종시키며 집권 여당에게 힘을 몰아주는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다.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패한 선거였다.

# 미래통합당, 수권정당으로 대안이 아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보수우파는 장면 정권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기간을 제외한 60년 가까운 세월을 집권했다. 보수우파의 정치색은 체제와 시민생활 곳곳에 묻어 있으며 국민의식 속에도 거부감 없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1대 총선에서 보수우파는 파산선고를 맞았다. 보수우파는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상황과 요구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끊임없이 동진(東進) 했지만 한국당은 멈춰 섰다. 또한 좌클릭 하며 ‘제 3의 길’을 찾지 않았다. 국민은 ‘3당 합당’ 이후 30년 간 멈춰 서 있는 보수우파에 대해 기대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정치실험으로 끝나 버린 바른정당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세력은 언제든지 도태되고 마는 생태계가 정치권이라는 생각이다. 

미래통합당의 재건과 대선승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7일에 열린 상임위 개최 직전에 “변화가 없이는 당 생존이 불가하다”며 2년 앞으로 다가 온 대선 승리를 위해선 강도 높은 변화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비판은 자제해 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김 위원장은 4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고 본다”며 “40대 경제 전문가를 대권 주자로 키우겠다”고 당내 세대교체를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보수우파의 생존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선택적 변화’인데 그 변화의 핵심에 당의 인적구성과 사고의 전환에 무게를 둔 것으로 이해된다. 

자유우파에서 ‘경제 민주화’ 화두 꺼내

지난 2012년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를 맡았던 김종인 위원장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또 새누리당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번 비대위에서도 당명과 정책노선이 바뀌는 등 대규모 쇄신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당이 새롭게 창당하는 수준으로 변해야 한다”며 “국민이 더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당명으로 바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김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통합당 정책 노선은 ‘민주사회주의’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 정강·정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시대는 계속 변화해 가고 있기 때문에, 시대 변화에 따른 국민 정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총선 전후에도 “보수도 시대 상황에 맞게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 보수화 당내 강한 반발 예상돼

그는 2일, 신임인사차 민주당 이해찬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 기본소득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우익이 시대의 상황고 요구에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는 평소 그의 지론에 걸 맞는 소신발언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당내서는 ‘정의당 2중대’, ‘보수의 탈을 쓴 사회주의자’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당내 비판을 봉합하는 것이 김 위원장의 첫 번째 과제다. 또 정권 탈환을 위해 킹메이커로도 활약해야 한다.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임기내에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를 발굴해야 한다.

대선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40대 기수론을 무조건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심중에 두고 있는 인물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책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둬야 한다. 현 정부 실책에 대응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는 것도 김 비대위의 과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체제가 들어선 지 열흘이 되지 않았지만 통합당은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미래통합당의 재집권 시나리오는 언제?

현재로서 재집권 시나리오는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우선 국회에서 180석을 얻은 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되는데 이를 견제 할 방법이 없다. 상임위원장 협상과정에서 보듯이 손해를 보더라도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극한 대립에서 ‘all or nothing’이 반복 될 뿐이다. 국회파행이 계속된다면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먼저 일겠지만 소수야당에 대해서도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따라서 재집권을 위해서는 여당보다 한발 앞서 아젠다를 만들고 대안을 제시하는 스피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김 비대위원장 한 명이 정국을 커버 할 수 없기 때문에 야당의 고민도 깊어 질 수밖에 없다. 2년 앞으로 다가 온 대선의 필승전략은 철저하게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정책을 펼치는 것 외에 달리 묘수가 없을 듯하다. 국회원구성과 관련해 벌써부터 주호영 원내대표에 대한 비토가 당 내에서 일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울어 진 운동장’은 21대 국회 현실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통합당의 선택점이 좁은 이유다. 정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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