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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처님 오신 날 ‘연등공양’은 성불의 디딤돌...

연지암 보경지아 스님

부처님 고맙습니다!

 

불기 2564년 사월 초파일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길이 온전한 열반의 길이며 해탈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해 부처님께서 오신 날이다.

 

불자라면 이러한 가르침을 받들고 각 사찰에 등을 밝혀 ‘고통받고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무지와 지옥세계에서 벗어나는 등불이 되게 하소서!’ 라는 염원으로 등불을 밝히시길 기대해 본다. 이 또한 성불인 것을...

 

근래에 우연히 알고 지내는 도반스님의 포교당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잠시 출타하신 스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노 보살이 가쁜 숨을 고르며 문을 밀고 들어오셨다.

 

‘스님. 스님~’ 부르기에 내가 "스님께서 출타하셨는데 지금 거의 다 오고 계신다니 잠시 들어 오셔서 기다리시지요."라고 하니 ‘그럴 시간이 없다’며 주머니에서 오만 원 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내손에 쥐어주며 ‘누구누구가 왔다 갔다... 부처님 전에 연등을 꼭 밝혀 달라’하고는 쏜살같이 나가버린다.

 

2층에서 내려다보니 휠체어를 밀고 가는 노 보살이 뒷 모습이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님이 오셔서 이러쿵저러쿵 노 보살의 이야기를 전했다. 

 

내 이야기를 전해들은 스님은 잠시 합장을 하면서 ‘휠체어에 탄 사람은 딸인데,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노 보살은 시간을 쪼개어 청소 일을 하러 다닌다고... 또 딸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비우지 못하고 잠시잠깐 틈을 낸다고....관세음보살’ 한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하는 딸과 그를 보살피는 노 보살...

 

가슴이 짠하다. 문득 오래된 경전 내용이 떠오른다. 노 보살도, 그 딸도 수많은 환생속에서 바로 앞 전생에 지은 선업으로 금생에 한꺼번에 카르마(업)를 해결하는 중이리라.

 

이 세상에 태어나 내 마음, 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 고통... 남들에게 당하는 수모와 멸시... 그리고 넉넉지 않은 생활 속에서 딸의 손과 발이 되어주며 가장 노릇까지 책임져야 하는  노 보살...

 

그럼에도 부처님 전 연등공양을 올리는 보살... 우리는 감히 상상 할 수도 없는 그 고통을 감당해냄으로서 카르마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는 그 가르침을... 

 

오롯이 그것을 감당해내는 장애를 가진 딸과 노 보살이야말로 '살아있는 부처가 아닌가' 생각하며...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중생들이 고통과 지옥에서 벗어나 위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부처님 전에 연등공양을 올려 부디 성불하시길 발원합니다. 선하고 언제나 베풂의 마음을 가진 여러분이 바로 부처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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