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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섭의 썰썰썰] 19년 경력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전하는 '집을 사야 하는 이유'

원영섭 변호사.

 

최근 놀랄 만한 뉴스를 접했다. 종합부동산세, 이른바 종부세를 폐지론이 새로운 아젠다로 급부상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내놨던 대책이 바로 종부세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부동산값이 폭등하자 더 강력한 종부세를 내놓았다. 몇 번의 정권교체를 거치며 완화되기도 했지만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민주당의 상징과 같은 종부세를 민주당에서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니 이제 종부세의 수명이 다해간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가운데, 건설업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발 고금리의 여파로, 우리나라는 부동산 PF 위기라는 태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쌓이고, 이미 분양된 사업장이 스스로 분양을 철회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카오스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임차인들은 집을 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만약 사려고 하다면, 적기가 언제인지 생각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저출생 시대가 도래하면서 집이 남아돈다는데,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집은 일생을 통틀어 우리 모두에게 가장 큰 목돈이 드는 재화이다. 사기에 저렴하고 살기도 좋아야 하지만, 장래를 위한 투자 가치도 외면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부동산 시장은 내 머릿속마저 혼돈을 만드는 카오스 그 자체이다.

 

특히 결혼을 준비하거나, 신혼인 청년들은 ‘집을 사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라는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해 재테크 방법도 다양해졌다. 가상화폐를 매매하는 사람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주식투자도 국내 주식투자가 아니라 해외 주식까지 편하게 스마트폰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선물 옵션, 코인 등 이제 투자의 종류에 대한 이름을 외우기도 힘들 정도다.

 

지금 집을 사면 오를 것인가, 아니면 내릴 것인가. 투자 적기의 타이밍을 제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필자 역시, 지금 사면 오를지, 내릴지 장담할 수 없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필자에게 많은 사람이 집 구매 시기와 시세 전망에 관해 자주 묻곤 하지만, 이만큼 부담스러운 질문은 없다.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 필자는 '지금 사야 한다'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 집을 사야 한다'라고 답변한다. 그것도 본인의 인생에서 '가급적 이른 시점에 집을 사기를 바란다'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종부세 폐지 여부를 떠나, 내 생애 첫 집을 사는 과정에 대해 조금이나 도움을 주고자 한다. 

 

내 생애 첫 집을 사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혹여 이 가운데, 기혼자들이 있다면, 결혼 준비를 하던 그 당시를 떠올려 보자. 예식장 예약, 상견례, 예물, 신혼집 등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결혼 준비과정이 너무 복잡한 결정의 연속이라, 예비부부로서 이견으로 서로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라 많은 추억을 남긴다. 

 

첫 집을 사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아니면 우리 가족에게 적절한 면적은 어느 정도일까. 방은 몇 개, 화장실은 몇 개 있어야 할까. 아이 연령대에 따라 제대로 학군이 형성되어 있을까. 아파트는 비싸고 좁고, 연립주택은 저렴하고 넓은데, 어떤 주거 형태가 나와 맞을까. 신축 아파트는 입지가 경사지이고, 구축아파트는 평지 입지면, 어디가 좋을까. 급매가 맞을까 경매가 좋을까, 아니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일반적인 매매를 하는 것이 좋을까. 

 

여기까지만 생각해보아도, 복잡하다. 코인 투자나 주식투자에서 느껴보지 못한 무수한 변수들이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고려사항이 더 남아 있다. 주택 매수 자금조달 계획은 훨씬 더 복잡하다. 대출 조건은 너무나 다양하고, 금리는 계속 변하며, 대출 정책은 하루에도 몇 차례 변경된다. 나의 대출과 관련한 신용등급이나 상환능력도 참작해야 한다. 1금융권 대출은 어디까지 되는지, 아니면 2금융권 대출은 어느 정도인지. 마지막으로 친가, 처가, 친구에게 빌릴 수 있는 가용자원까지, 집을 구하는 사람의 그간의 능력과 인격이 한꺼번에 시험, 검증받는 순간이다. 

 

이렇게 수많은 의사결정과 신중함이 결합해 비로소 나의 첫 집을 마련한다. 돈을 주고 집을 샀지만, 그 속에는 무수한 생각과 결정이 집이라는 하나의 물건에 응축된다. 시멘트와 철근의 집이 아닌 금융과 무수한 선택의 집으로 이뤄진 집합 결정체이다. 법률적으로 '화체(化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주식회사의 모든 가치가 주식에 화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첫 집을 사는 순간 여러분은 더 이상 위 과정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반복하더라도 훨씬 쉽게 과정을 줄일 수 있다. 새로운 집을 사고자 한다면, 이미 구매한 집을 팔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간단한 절차만 필요할 뿐이다. 주식회사를 거래할 때 개별 직원들의 고용계약을 따로 체결하거나 회사의 복사기, 컴퓨터 등의 소유권을 하나하나 이전받는 것이 아니라 주식만 이전받으면 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다.

 

최대한 이른 시점을 찾아, 나의 첫 집을 사자. 그것이 현재의 금융자산을 안정시키고 다음번 금융자산을 향해 가는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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