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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맛집-밀양] 원조본가 가야밀면, 그 깊은 맛의 비밀

도제룡 대표 "밀면은 삶의 생명줄이자, 밀양의 자부심"
밀면 한 그릇에 담긴 인생...'음악학도에서 요식업 성공 신화로'
도 대표의 도전과 열정, 그리고 그가 빚어낸 맛 이야기는 진화 중

 

[데일리21뉴스] 박경덕 기자= 한 그릇의 차가운 음식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내는 도제룡 대표. '원조본가 가야밀면'이라는 이름이 밀양을 넘어 전국에 알려지기까지 그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했던 음악학도가 '밀면'으로 성공한 요식업자가 되기까지, 그의 인생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도제룡 대표는 본래 음악을 전공한 학도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었고, 결국 음대에 진학해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했다. 하지만 그의 음악 인생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그는 음악을 뒤로 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음악을 향한 꿈을 접고, 그는 밀양의 한 냉면집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생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설거지 아르바이트가 그에게는 요식업 경력의 출발점이 되었다. 도제룡 대표는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주방장의 노하우를 배우고, 3년간 냉면집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이 지금을 만들었다"며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도 대표의 첫 요식업은 고깃집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도전한 고깃집에서 큰 벽에 부딪혔다. 밀양은 이미 고깃집이 포화에 이른 상태였다. 그리고 실패라는 쓰라린 경험을 맛봤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상권, 고개, 마케팅 분석을 하며, 요식업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그리고 고민 끝에 밀면을 선택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밀양에는 밀면집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밀면으로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드물었기에, 밀면집으로 승부를 걸기에는 초보 창업자로서 큰 위험부담이었다.

 

도제룡 대표는 "처음은 굉장히 어려웠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밀면집으로 명성을 얻자, 저희 가게를 따라 하는 밀면집이 늘게 되었고,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그렇게 저희 밀면집에서 배운 사람들이 밀면집을 차리면서 현재 14개 정도가 전국 곳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밀면을 선택한 게 틀리지 않았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조본가 가야밀면'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부산을 비롯한 울산, 경남지역에서 밀면은 냉면보다 더 친숙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부산, 울산, 경남지역마다 밀면은 특색이 있다. 하지만 보통의 밀면의 경우 밀가루에 녹말가루를 배합한 쫄깃한 면발과 돼지 또는 소 사골을 푹 고아낸 육수, 그 위에 살얼음을 동동 띄워 먹는게 대분이다. 이는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닌, 뜨거운 여름을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이 지역만의 특별한 보양식이다.

 

밀면의 기원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메밀이나 전분 같은 냉면 재료를 구하기 어려웠던 당시, 미국에서 제공한 구호물자 중 밀가루를 활용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밀면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밀면은 부산에서, 그리고 밀양에서 특별한 향토 음식, 그리고 지역을 대표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경남 밀양의 '원조본가 가야밀면'은 그중에서도 유독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웨이팅(기다리는 줄)은 이곳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원조본가 가야밀면'의 도제룡 대표는 이 밀면을 "차가운 음식이지만 따뜻한 마음이 담긴 최고의 한 그릇"이라고 소개한다. 그에게 밀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생명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에게 있어 밀면은 삶의 의미 그 자체였다.

 

'원조본가 가야밀면'의 밀면은 단순하지 않다. 밀면과 냉면의 장점을 결합한 독특한 맛이 면과 육수 깊이에서 나온다. 소고기를 넣어 24시간 이상 푹 고아낸 보약 같은 육수는 기본, 여기에 각종 한약재와 신선한 야채, 그리고 헛개나무를 더해 깊은 맛을 낸다. 그의 밀면이 특히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이 육수와 양념장에 있다. 육수의 깊은 맛은 그 자체로 한 그릇의 완성도를 좌우하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도제룡 대표는 "육수와 양념장은 저희집의 자부심이다. 그중에서 '비빔 같은, 물 같지 않은 비빔밀면‘은 비빔밀면과 물밀면의 장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인기 메뉴"라고 설명했다.

 

또한, 양념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물밀면의 양념장은 갈아 놓은 양파에 고춧가루를 섞어 만들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자아낸다. 비빔밀면의 양념장은 각종 과일과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신선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양념장 덕분에 원조본가 가야밀면에서는 물밀면과 비빔밀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물 같은 비빔밀면'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도 대표의 밀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직접 면을 뽑는 것을 고집한다. "숙면을 쓰게 되면, 그냥 중식점에서 먹는 면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손으로 직접 반죽해 면을 뽑아내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면의 식감과 맛이 다르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면발의 질감을 완벽하게 살리기 위해 공을 들였고, 결국 면발에서 밀면의 핵심을 만들어 냈다.

 

"기계로 만든 숙면은 맛에서 차이가 있다. 마트에서 파는 칼국수와 손칼국수의 차이라고나 할까. 저희는 공장에서 나오는 숙면으로는 원하는 맛을 낼 수 없어요. 그래서 직접 손으로 뽑아서 밀면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간의 노력에서 나온 자부심이 밀면 속으로 그대로 스며들어 있는 모습이다.

 

 

클래식이 흐르는 ‘가야밀면’,,,미래 향해 한 걸음씩 ‘사뿐 사뿐‘

 

또 도 대표의 밀면 가게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여느 식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래서 원조본가가야밀면의 분위기는 뭔가 독특하면서도 특별하다.

 

도제룡 대표는 "처음엔 인기 있는 가요를 틀었다. 그런데 좀 있으니 손님들이 흥분하면서, 소리도 커져, 매장이 시끄럽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시험 삼아 클래식을 틀어 보았는데, 손님들이 차분해지면서도, 뭔가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다. 이제는 가게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그가 요식업을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완전히 놓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도제룡 대표는 그가 어렵게 창업에 성공한 만큼, 예비 창업자 또는 꿈을 꾸고 있는 이들에게 "요식업 창업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프랜차이즈가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한 기술과 노력만이 성공의 열쇠라고 믿는다. 그는 "피와 땀이 들어가지 않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솔한 충고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도 대표는 체인점 대신 직영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가게가 정상일 때 넘겨야 한다"며, 음식점을 팔아넘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밝혔다. 그는 "다음 사람이 가게를 이어받아 잘되지 않으면 손가락질 받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그는 가게를 확장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점차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도제룡 대표에게 '가야밀면'은 단순한 사업체를 넘어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다. "가야밀면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생명줄 같은 존재다" 그에게 밀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그의 인생이 담긴 한 그릇의 인생이 된 셈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목표는 없지만, 막내 아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는 계속 가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느 가정의 가장의 모습이다.

 

"지금 장사가 잘된다고 해서 가야밀면을 팔아넘기기보다는, 정상일 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는 도 대표.

 

이제 도제룡 대표의 인생은 밀면과 함께했던 시간이 쌓여 가고 있다. 음악을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가 여전히 있지만, 그에게 밀면집은 새로운 꿈과 열정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도제룡 대표는 가야밀면을 찾는 손님들에게 한 그릇 한 그릇 정성을 다해 대접하고 있다. 그에게 밀면은 단순한 한 그릇의 음식이 아니다. 도 대표는 오늘도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밀면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손님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과 요리가 만나 하나의 작품이 된 '원조본가 가야밀면'은 과거의 노력이 현재를 밀었듯, 현재가 미래를 이끌고 있다. 마치 수레를 끄는 사람과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 처럼, 한 걸음씩 전진하며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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