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21뉴스]손정남 기자= 40여 년 만에 빗장이 풀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계기로, 전국 자치단체마다 앞다퉈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리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경남, 전남, 전북 3개 도에서 오랫동안 추진해 온 사업으로, 끊임없이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며 지역 주요 쟁점으로 남아있다.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설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강원도는 설악산에 이어, 치악산 등 6개 케이블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무등산, 신불산, 속리산, 팔공산, 소백산, 북한산 등 전국이 케이블카 설치로 들썩이고 있다. 이중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도 점점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산청군의 오랜 염원에서 시작됐다. 지난 4월 이승화 산청군수는 “산청군민의 염원인 지리산케이블카를 설치해 지리산권 관광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산청군은 2010년 10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리산 산청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법적 요건이 갖춰짐에 따라 낙동강유역관리청과 협의해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완료하고, 지리산 산청 케이블카 설치계획을 담은 지리산국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한 바 있다. ◆ 지리산권 4개 시군 케이블카 도전...환경부 "노선 단일화하라" 그간 산청군을 포함한 지리산권 4개 시군(전남 구례·남원, 경남 산청·함양)이 관광객 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를 목적으로 지리산 케이블카를 신청했으나 노선 단일화 미확보 등의 사유로 신청서가 빈번히 부결되거나 반려됐다. 특히 경남의 경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3차례에 걸쳐 신청했으나 전부 통과되지 못했다. 2011년에는 함양군과 산청군이 국립공원 삭도설치 시범 사업을 신청했으나 4개 시군 미합의로 인한 공익성 기준 미달, 반달가슴곰 보호구역 등 환경성 검토기준 미달로 부결됐다. 이어 2016년 5월 2차 공원계획변경안, 당해 12월 3차 공원계획변경안을 제출했으나 이 역시 공익성 및 지적사항 미해소로 인해 반려됐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2월 강원도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40여 년간 찬반 논란 끝에 조건부로 허가하면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사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에 지난해 3월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지리산 케이블카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경남도는 이번엔 경쟁 관계인 산청군과 함양군에 노선 단일화 협조를 사전에 요청했다. 이는 환경부가 번번이 발목을 잡아 온 '단일 노선'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다. 올해 3월 경상남도와 산청군, 함양군은 경쟁 지자체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입지선정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5월 환경·관광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총 9명이 참여한 '지리산케이블카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6월 입지선정위는 노선별 현장조사 및 서면 평가 등을 거쳐 지리산 케이블카를 산청군 노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총 1,058억원의 사업비가 예상되는 지리산 산청 케이블카는 중산관광단지에서 장터목 대피소 인근을 연결하는 약 4.38km구간 노선이다. 단일 노선이 확정되면서 이제 사업추진의 키는 환경부가 쥐게 됐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처음 추진했던 2011년부터 최근까지 환경부는 영호남 단일 노선을 일관되게 고수해 왔다. 그러나 올해 초 환경부는 "지자체 간 노선 단일화가 이뤄지면 영호남 각각 1개씩 설치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혀 변화의 바람이 감지됐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리산케이블카 시범운영을 위해서 영호남의 자율적인 단일 노선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영호남 시·군들이 제출한 여러 노선안을 보고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남 산청 노선 단일화 합의....지역 주민, 환경단체 "지리산케이블카 결사 반대" 이번 산청-함양 단일 노선 합의로 사업추진에 힘이 실리게 됐지만, 환경단체 반발 등 여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실천단'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 6월 24일 경남도청에서 경남도, 산청군이 추진하는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핵위는 지난 8월 14일부터 산청군청 앞에서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주민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지리산을 그대로'라고 외치며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이자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생태자산인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전국 관광 케이블카 41곳 중 38곳이 적자인데 케이블카 설치는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노선 단일화가 문제가 아니라 지리산 어디에도 케이블카를 세울 수 없다"며 케이블카 신청이 들어오면 즉시 반려하라고 환경부에 요구했다. 이에 산청군은 "환경단체에서 우려하는 환경훼손, 경제성(B/C) 등은 향후 환경영향평가나 투융자심사 시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환경단체와 간담회 개최, 사업추진 시 환경전문가의 참여와 자문을 통해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사항들을 해소할 수 있는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선진국에 비해 케이블카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63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한 대도 없고, 스위스는 스키를 위한 케이블카는 460개 있어도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다는 것이다. 산청군은 이에 대해 "미국이나 스위스의 경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단, 국립공원 운영 원칙과 방식이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위스에서 국립 공원은 1개소이지만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에 해당하는 곳은 20여 개의 자연공원(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 II)으로 이곳에는 수많은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 산청 지리산 케이블카 ‘흥행’ 주도할까. 지리산권 지역은 인구감소에 따른 소멸 위기 지역으로 신규 관광수요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은 '언제까지 우리는 낙후된 채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소외감과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민 동의 없고 환경 파괴하는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산청군은 지리산 산청 케이블카 설치로 매년 증가하는 지리산 탐방객으로부터 지리산을 보호하고 중산관광지 활성화 및 동의보감촌, 경호강 래프팅, 남사예담촌 등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서부 경남의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그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국내에도 41개에 달하는 관광용 케이블카가 운영 중이다.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당기손실을 살펴보면 하동 케이블카는 –38억원, 명량해상케이블카는 –54억원, 제부도해상케이블카는 –7억원, 거제케이블카는 –21억원이 적자다. 탑승객도 점점 줄고 있으며, 이용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는 곳도 발생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빗장을 풀면서 전국 지자체마다 케이블카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경제효과나 지역 인구소멸, 그리고 지역 관광사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숙박시설이 부족한 곳, 관광 시설 부족, 먹거리, 즐길 거리가 부족한 지자체의 경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관광문화 인프라 구축도 함께 수반되어야 하기에, 재정적 압박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국비 확보, 민간투자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지자체별 경쟁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동의’와 적극 협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부의 결정만 남은 상태이다. 사업의 적절성 여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