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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화제] 진주시-사천시 통합 ‘동상이몽’, 10여 년 만에 수면 위로...또 다시 왜?

조규일 진주시장, 공교롭게 우주항공청 개청 시기 통합 관련 발언
진주시, 우주항공산업 발전 위해 한 뿌리서 시작한 두 도시 통합해야
사천시, "다 된 밥에 숟가락 얹는 격" 불쾌감 표해

[데일리21뉴스]손정남 기자= 진주시와 사천시의 행정통합 문제로 인해 서부경남이 술렁이고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지난 5월 20일 '당면한 시정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진주시와 사천시의 행정통합'을 주장하면서 진주-사천 통합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우주항공청 개청을 일주일 앞두고 사천시청에서 '우주항공청 개청 관련 언론사(기자) 설명회'가 열렸던 날이라, 진주시의 긴급 기자회견에 의심의 눈길이 쏠렸다.

 

이날 진주시는 우주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두 시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천시는 "우주항공청 개청을 일주일 앞두고 기반 조성 등에 사천시 전체가 집중하고 있는 중차대한 시점에 진주시장의 사전협의 없는 일방적 통합 제안에 매우 당혹스럽다"며, 지자체 간 도의를 벗어난 결례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시의 역사성과 동일 생활권 등을 강조하며 행정통합을 전격 제안했다. 조 시장은 “1906년,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전까지 사천과 진주는 한 뿌리에서 성장했고 무엇보다 동일한 생활권”이라며 “특히, 지난해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범도민 궐기대회에 양 시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역행정 수요를 충족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우주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두 지방자치단체 통합은 필요하다는 게 조 시장의 주장이다. 그는 “사천시와 진주시의 개별적인 발전 접근 방식으로는 우주항공산업의 확장성이나 성장 속도에 발맞추기 어렵다”며 “서부경남 공동체 전체가 합심해서 대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 시장은 행정통합을 위한 별도의 기구 구성도 제안했다. △진주시장과 사천시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한 통합행정사무 공동추진위 설치 △진주·사천 시민들이 주축이 된 연합 시민통합추진위원회 설치 등이다.

 

그러나 조 시장의 제안은 양 지역구 국회의원과 당선인, 사천시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 행정통합을 원하는 진주시의 다양한 시도

 

행정통합이라는 화두를 던진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난 6월 4일 KBS뉴스에 직접 출연해 행정통합이 가진 두 가지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조 시장은 "일반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양 도시가 보완적 관계에 있을 경우에 나오는 것"이라며 진주와 사천이 통합하면 이런 시너지 효과가 잘 나타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사천은 항만이 있고, 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한 항공 산업계, 해상관광 자원이 있는 반면, 진주는 교육, 문화, 의료, 생활 기반이 있고 경상국립대가 있고 혁신도시가 있고 공공기관이 있다"며 "이런 것들이 서로의 강점이기 때문에 통합이 된다면 한 도시의 모든 강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시장은 두 번째 효과로 광역행정 수요의 해결을 꼽았다.

 

그는 통합을 하게 되면 버스, 택시 등 교통 요금 인하, 상.하수도 요금 인하 등이 될 것이며, 과거의 선례에 따라서 통합 인센티브 예산을 받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인센티브가 사천의 개발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며, 사천공항, 우주항공선, 우주항공선의 KTX 신설 등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 6월 24일 진주지역 경제, 문화, 체육, 학계, 시민단체 대표 40여명으로 구성된 사천·진주 통합 논의를 위한 '진주 시민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수도권 일극체제 대응, 인구 급감, 지방소멸을 대비해 곳곳에서 광역 행정통합을 논의하는 만큼 향후 타 지자체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와 경쟁력 선점을 위한 서부경남 지자체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성두 공동위원장 대표는 “상공계를 비롯한 진주시민들은 30여년 전부터 이미 관련 활동을 펼쳐 왔다”며 “순수하게 열린 마음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논의의 장을 열 것이다. 비록 진주에서 먼저 출범했지만 사천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 것이고 필요하다면 서부경남으로 확대해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천지역의 반발 우려에 대해서도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경청하고 소통하며 배려할 때 대화가 가능하다. 앞으로 우리가 먼저 그렇게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진주시는 관내 30개 읍·면·동 사무소와 행정복합센터의 온·오프라인을 통해 ‘사천·진주 통합의 이점’이라는 안내문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서부경남 상생발전의 희망, 사천·진주 통합’이라는 제목의 전단지 형태의 홍보물로 1906년과 1914년의 행정구역 개편 전까지 사천과 진주는 한 뿌리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서부 경남지역 학생들이 진주 지역 5개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비롯해 물 공급·공공기관·의료·교통·언론 등 전 분야에 걸쳐 사천과 진주는 동일 생활권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지난 5월27일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우주항공산업 우위 선점을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천시, 진주시 통합제안에 "발끈"

 

사천시(인구 10만8979명)는 진주시(33만9883명)보다 인구는 적지만, 우주항공산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 그렇기에 사천시장과 사천시의회는 진주시의 통합 제안에 발끈했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지난 6월 23일 성명서를 내고 “뜬금없고 일방적인 행정통합 제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우주항공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시기에 절차적으로나 명분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박 시장은 과거 경험과 미래를 위해서도 통합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27년 전 진주시와 사천시가 함께 쓰기로 하면서 내동광역쓰레기매립장을 만들었지만, 진주시의회와 지역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사천 쓰레기를 받아주지 않았다”며 “최근 논란이 되는 생활 쓰레기 광역소각장 설치 문제도 진주시가 소각시설 단독 설치 입장을 고수하면서 현재 광역화는 전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진주시는 내동쓰레기매립장과 관련, 사천지역 1읍·3면 쓰레기를 반입하기로 했지만 옛 사천군이 타 지역 쓰레기까지 반입하면서 반입이 중지됐다고 반박했다. 진주시는 이후 지난 2001년 경남도분쟁조정위 결정을 이행하는 등 절차에 따랐다고 전했다.

 

앞서 사천시의회도 지난 5월 21일 사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살장의 소가 웃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진주·사천 통합은 2011년~2012년 두 차례나 여론조사를 했지만 찬성 주민이 높지 않아 무산됐다. 2011년 진주상공회의소가 두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한 통합여론조사에서 43%만 통합에 찬성했다. 2012년 정부가 지방행정체제 개편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사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통합여론조사에서도 1차 45%, 2차 35%만 찬성했다. 통합을 제안한 진주시는 여론조사에서 제외됐다.

 

당시 사천 시민들은 통합 반대 이유로 1995년 5월 사천-삼천포의 도시·농촌 통합을 거론했다. 통합이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돼 두 지역이 정서적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형근 사천시의회 의장은 “통합이 몇몇 정치인들의 제안으로 되겠느냐”며 “진주시장은 통합 제안을 즉각 철회하고 사천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규일 진주시장이 우주항공청 본청사 입지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한 불쾌감도 나오고 있다. 조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지금은 우주항공청이 임시 청사에 개청하지만 본청사 위치 선정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내용이, 진주시 유치를 암시한 발언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천시의원들은 조 시장의 기자회견 다음 날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개청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우주항공청 본청사 위치를 언급한 것은 무슨 의도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통합 주장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 진주-사천 행정통합 앞날은?

 

사실 지방자치단체간 통합은 국회 입법이나 중앙정부 행정 명령으로 강제 통합, 시민 자율적 통합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 다만 통합시 출범은 입법이라는 법률적 행위로 마무리된다.

 

통합창원시는 주민 자율형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자체 통합 정책에 근거해 주민 여론조사와 시의회 의결을 거친 후 ‘경상남도창원시설치및지원특례에관한법률’이 지난 2010년 3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7월 1일 통합창원시로 출범했다. 통합에 앞서 시민여론조사에서 시 명칭, 청사 위치 등 쟁점에 대한 의견을 받았으며 3개 시와 의회, 경남도 공무원으로 구성된 통합시준비위원회를 꾸려 쟁점에 대한 의견을 정리했다.

 

이와 반대로 주민 동의 없이 정부나 국회의원 발의 등 입법으로 통합이 진행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주민이 동의한 통합조차 후폭풍이 크다는 점에서 주민 동의 없는 섣부른 통합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례로 사천시는 1995년 사천-삼천포 통합에서 비롯된 갈등이 3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으로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지 않다.

 

지자체 간의 통합이라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경우 최초 논의 후 20년 만인 2014년에 통합이 됐고, 마산.창원.진해시 통합은 1980년에 거론돼 30년이 지난 201년에 이뤄졌다. 전주시와 완주시는 현재 30년 동안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이고, 부산, 울산, 경남의 통합은 2018년 부울경메가시티로 시작해 부울경 경제동맹으로 훌러왔으나 아직 기본적인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는 부산, 경남이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자체간 통합 제안 반대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비록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사천-진주의 통합만이 우주항공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통합 논의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번 우주항공청 개청이 제안의 적기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반면 박동식 사천시장은 "현 시점에 행정통합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차라리 연대와 협력 방안을 찾는 게 낫다"고 조 시장의 일방적인 통합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행정통합은 역사적 동일성과 경제적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신뢰 관계가 충분히 쌓였을 때 가능하다"며 "지금은 행정통합보다는 양 도시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상생 발전해 나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10여 년 전에도 사천시와 진주시의 행정통합 논의가 있었지만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행정통합 논의로 인한 주민 간의 갈등과 분란을 초래해 행정력을 낭비한 사실을 잊지 말라"고 행정통합을 에둘러 비판했다.

 

◆ 진주-사천 행정통합 속내는?

 

조규일 진주시장의 뜬금없는 행정통합 주장에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조 시장이 언급한 표면적인 이유 외에 숨겨진 속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사실 진주시와 사천시의 인구수가 3배 이상 차이나는 지금 행정통합을 할 경우 누가 유리한지는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다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진주시에서는 사천시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줘서라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사천시가 만족을 할까?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줘야 하고 결국 인구수가 적은 사천시는 진주시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

 

11만의 사천시와 34만의 진주시. 표 대결을 펼친다면 국회의원을 비롯한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에서 사천시 출신이 설 자리가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선출직 공무원 모두가 진주시 출신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조규일 시장이 행정통합론을 하필 지금 이 시기에 이야기한 데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게 합리적인 분석이다.

 

진주시가 사천시와의 통합를 적극 추진하는 반면, 사천은 오히려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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