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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이슈] 반대 없는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철거, 왜?

해운대해수욕장 전면 개장 전, 자진 철거...40년 역사 쓸쓸히 ‘뒤안길’로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모습.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때 이른 무더위로 주말이면 가족, 연인, 관광객들로 해수욕장은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해운대해수욕장의 한 모퉁이에 자리한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의 상인들은 이들의 웃음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7월부터 운영이 전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해운대해수욕장 해변 인근에 일렬로 들어선 포장마차촌은 지난 40여 년의 세월 동안 이색풍경 거리로 그리고 해운대해수욕장의 명소로 자리매김해 왔다. 

 

역사와 명소라는 화려함 뒤에, 포장마차촌은 그동안 포장마차 난립으로 그동안 철거와 단속 등으로 줄곧 진통을 겪어왔고, 시유지 무단점용과 무신고 영업행위 등 논란과 위생 문제와 바가지요금 등 민원도 잇따랐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해운대구청은 ‘포장마차촌’ 철거를 결정했다. 지난 6월 말까지가 자진 철거 기간이었다. 

 

구청은 해수욕장 뒤편에 있는 무허가 포장마차촌을 올해 해수욕장 본 개장 전 철거해, 이 자리는 공원과 주차장 등으로 조성, 지역민과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구청의 이러한 결정에 포장마차촌의 상인들은 시원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하나둘씩 철거를 준비를 하면서,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포장마차촌은 현재 해운대해수욕장 중앙 이벤트 광장에서 동백섬 방향으로 약 500m 떨어진 바다마을 부지에 들어서 있다.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의 태동은...

 

1980년대부터 해운대 해변가에 포장마차가 하나둘씩 자리 잡으면서, 한때는 160여 곳에 달했다. 

 

포장마차를 2대째 운영 중이라고 밝힌 한 상인은 “저희가 포장마차촌 2호 영업 점포다. 처음에 어머니와 함께 시작했지만, 어머니가 은퇴 후, 이곳에서 혼자서 2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고 소개 후, “한때는 바닷가 끝에서 끝까지 포장마차로 가득 차 있었다. 수백 대가 줄지어 있으면서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포장마차촌은 시작됐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포장마차의 난립은 결국 축소라는 철퇴를 맞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등 대형 행사를 앞두고 정비하자는 지적이 일자 70여 곳으로 줄여 현 위치인 바다마을 부지로 옮겨, ‘포장마차촌’을 형성했다. 

 

그러면서 포장마차촌은 서서히 위축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해운대구청장 역임 시절, 해운대 호안 도로 포장마차를 정비하고, 지원하면서 포장마차촌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방송, 언론 등에 자주 언급되면서 포장마차촌은 해운대해수욕장의 명소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여기에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유명 연예인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전국구 명소로 거듭나게 되었다.

 

‘랍스터 코스요리’로 전국 핫플레이스로 유명세 펼쳐

 

이곳 포장마차촌의 가장 명물은 ‘랍스터 코스요리’이다. 포장마차촌이 인기를 누릴 수 있도록 효자 노릇을 한 것이 바로 ‘랍스터’다.

 

부산에는 지역 곳곳에 포장마차촌이 많이 형성되어 있다. 해운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해운대만의 특색은 없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랍스터’를 장착한 해산물 코스. 포장마차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랍스터’ 요리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포장마차에서 나온다는 소식은 일제히 전국적으로 전해졌고, 입소문을 타면서, 포장마차촌이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포장마차촌의 흥행에 일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초기 주 무대가 남포동이었지만, 이후 해운대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BIFF 기간에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유명 배우와 거장 감독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심지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개인 SNS에 “부산에 오면 이곳 라면을 꼭 먹어야 한다”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인증샷 맛집’으로 명성을 이어 갔다.

 

해운대 포장마차촌 야경.

 

“랍스터로 흥했고, 랍스터로 망했다”
서민 지갑 외면한 ‘랍스터 코스요리’ 결국 ‘독’으로

 

하지만 포장마차촌의 흥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명세가 오히려 독이 된 셈. 그리고 랍스터 코스요리를 기반으로 했던 메뉴 구성도 부작용으로 작용했다. 

 

손님이 늘면서 위생 문제도 제기됐고, 포장마차촌에서 흘러나오는 소음 등으로 민원이 꾸준히 발생했다. 그러다 2021년 초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포장마차촌이 고발을 당하게 되면서, 폐업 절차가 시작됐다. 

 

2021년 6월, 한 시민이 포장마차촌에서 불법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경찰과 해운대구에 신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 식품위생법 제37조(영업허가 등)에 따라 음식점 영업을 하려는 사람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나 시군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점포 상인들은 이런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해운대구는 현행법 위반과 더불어 포장마차촌에서 바가지요금 민원 등을 이유로 2021년 상인과 협의해 이곳의 영업을 이달까지만 하고 포장마차를 자진 철거하도록 한 것.

 

‘포장마차촌’ 철거 반대마저 명분 없어...결국 ‘퇴출’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의 철거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자,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상반된 분위기도 공존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해당 지역구 예비후보자들도 ‘포장마차촌’ 철거에 대해서 안타까워했지만, 상인 보호, 이전 등 대책마련에는 미온적 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일례적으로 노점상, 포장마차촌 철거 등 문제가 불거지면, 지역 시민단체 또는 관련 단체 등이 철거 반대, 상인보호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장마차촌 철거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이들을 대변해 주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그동안의 명성과는 달리, 존치해야 할 명분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국내적으로 유명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부산시민들에게는 한번은 가볼 만한 그저 비싼 포장마차촌에 불과하다. 포장마차를 보통 서민들이 즐겨찾는 곳이라 여긴다. 안주나 가격도 일반 음식점에 비하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부산시민들이 찾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해운대 포장마차촌에서 모두가 해산물을 취급하면서 랍스터 회와 라면을 맛볼 수 있는 ‘랍스터 코스’가 주 메뉴로 되어 있다. 2인 기준 15~16만원, 술을 곁들인다면 20만원에 육박한다. 

 

심지어 일부 제보자들에 따르면 랍스터 라면 등을 주문하지 않으면 손님을 받지 않거나, 현금결제만 유도하는 사례도 있었다는 것. 결국 이곳 포장마차촌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장마차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인기를 누렸던 랍스터요리가 흥망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상인들은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주메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이러한 메뉴 구성이 상인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랍스터가 생물인 만큼 매일 달라지는 가격, 그리고 신선도 유지를 위해 인천에서 해운대까지 퀵 배송 등을 해야 받을 수 있는 만큼 한 마리당 단가가 5~10만원을 육박했기에, 어쩔 수 없이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상인은 “점포가 협소하기에 최대 수용인원은 10여 명으로, 2~3팀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대개 한팀당 체류시간이 2~3시간이다. 한 테이블 장사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손님이 싼 메뉴를 주문하게 되면, 그날 장사에는 타격이 크다. 허탕을 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여건상 어쩔 수 없는 ‘굴레’에 갇히게 됐다”며 입장을 토로했다. 

 

그렇다 보니 바가지요금, 불친절 서비스 등으로 인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시유지 무단점용과 무신고 영업행위 등 논란과 위생 문제마저 터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부산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었고, 이들을 보호해야 할 명분마저도 잃게 된 것.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에는 현재 30여 점포가 운영 중이다. 폐업을 앞둔 상인들이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

 

상인들, “시원 섭섭, 그동안 감사, 철거하겠다”

 

폐업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의 몇몇 상인들은 남은 기간 마지막 장사를 위해 여전히 하루를 바삐 보내고 있다. 철거해야 한다는 무겁고 아쉬운 마음과 시원섭섭하다는 두 마음을 가지고, 포장마차촌을 지키고 있다.

 

한 상인은 “구청에서 6개월간 더 봐줘서 장사를 더 하고 있지만, 그동안 해 온 것으로도 감사하게 여긴다”며 “그동안 이곳을 찾았던 단골손님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많은 이들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돼 아쉽지만, 제 인생에서는 아이들 키우며, 살게 해준 고마운 곳이자, 삶터였던 곳이다. 시원섭섭하다”며 남은 기간 철거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운대구는 강제 철거를 위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했으며 업주들에게 원상회복 명령도 송달한 상태다. 계고장 발부 뒤 영장을 받는 절차만 남아있어 실제 대집행까지 필요한 행정 절차는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수욕장 본 개장 전에 철거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의 철거 소식은 부산지역 내 지자체와 노점상, 포장마차촌에게도 큰 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산지역에는 불법으로 운영되는 노점(포장마차 포함)이 16개 구군에 걸쳐 80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불법 노점에 대한 관리 실태는 각양각색이다.

 

대부분의 대형 포장마차촌은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한국전쟁, 그리고 1970~1980년대에 자연스레 형성된 곳들로 대부분 철거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지자체와 꾸준히 실랑이를 벌이며 아직까지 실제 철거된 곳은 몇 곳에 불과하다. 일부는 이전을 시켜 영업을 허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반면, 부산진구 지역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뒤편이 조성된 포장마차거리와 태종대 자갈마당 조개구이촌은 관광객 유치와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일부 지역은 노점시범거리로 조성해 지원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지역마다 불법 노점은 다양한 형태로 분포돼 있다. 일부는 매매, 승계 불가 등 조건부로 영업을 허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불법 노점 철거를 위해 행정대집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곳들은 아직도 지역과 주민, 그리고 역사의 한 부분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의 사례는 지역공동체에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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