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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형사의 고독사 체험 특별 수기] 대한민국의 ‘아픈 손가락’ 고독사

“고독사 예방 골든타임 놓치면, 일본처럼 완패”

 

[데일리21뉴스]김석준 기자= ‘일장춘몽(一場春夢), 한바탕의 봄 꿈처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

 

국가유공자이자, 1935년생 어르신이 사망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장소에서 발견된 글귀이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목숨과 젊음을 조국에 바친 용사였으며, 산업현장의 일꾼으로 사회를 위해, 가정을 위해, 그 당시에 역할을 충실히 산 죄밖에 없는 한 가정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에게 남은 건 늙어버린 몸뚱이 하나,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과 자식들의 단절뿐이었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자유대한민국, 부유한 대한민국”을 남겼지만, 우리는 그에게 “무관심”을 남겼다.

90평생을 살아오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일까. 사망 직전에 자신의 삶을 아주 간략히 “일장춘몽”이라는 말로 정리한 채, 그렇게 고독사로 발견되었다. 처참했다.

 

고독사(孤獨死)....“인간 존엄 없는 참혹함만 가득”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살던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사망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발견되는 죽음이라며 ‘고독사예방및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는 이렇게 고독사를 정의하고 있다.

 

필자는 고독사에 미쳐 있는 현직 경찰관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고독사에 집착한 것은 아니었다. 2005년 처음으로 고독사를 현장에서 접했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충격이 전신을 관통했다.

 

평소, 사람의 마지막은 항상 아름답고 품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고독사’ 현장에는 아름다움, 품위,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없었고 ‘참혹함’뿐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더 이상 이러한 죽음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고독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해가 가고 날이 갈수록 고독사는 증가하고 있다. 이 상태로 방치하게 된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사회 문제로 확대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사와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고독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그 당시 나만 몰랐을까. 부산시와 16개의 지자체 복지 담당자들도 고독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지(無知) 상태였다.

 

16년 세월, 162건을 통해 만난 ‘고독사’ 현장

 

어느 지역에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다가 고독사를 당했는지, 어떤 정책이나 지원이 있었다면 고독사를 피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에 고독사 연구에 몰입했다.

 

2018년부터 부산시에서 발생하는 변사 사건 중에 사망 후 3일이 지난 고독사로 추정되는 162건의 고독사 현장을 임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남긴 유서, 낙서, 메모,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주변 사람들을 만나 망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가족과 사회교류 등을 확인하고 그들의 히스토리를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장을 통한 고독사 통계도 만들었고, 히스토리를 작성하면서 그들에게 “가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받아 “고독사라는 주제로 어르신, 중장년, 청년들이 상생할 수 있는 고독사 예방 시범 사업”도 시작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라는 책도 집필하였고 작년 한 해 100여 곳을 강연을 다녔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만나 고독사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현실에 맞는 대책을 요구했다. 그것뿐이었다. 지자체는 현실에 맞지 않는 보여주기식 정책을 만들기 시작했고, 피 같은 예산을 쓰고 있지만, 지자체는 물론, 중앙부서 또한 고독사 사망률을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고독사 예방을 위해 가장 기초적인 것은 무엇일까?”, “이 문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고독사 강연에서 늘 던지는 화두이다. 그러면 대부분이 ‘돌봄’이 그 대안이라고 답한다. 그렇다. 돌봄도 필요하다. 그런데 ‘돌봄’은 민간 단체 또는 각종 협의회원 등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고독사 예방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고독사 예방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것은 무엇일까. 지자체에서 ‘꼭, 꼭, 반드시’ 필수적으로 메모해 추진해 보았으면 한다.

가장 기초 예방책은 고독사 자료수집, 추모와 그리움, 그리고 지역형 예방책 3가지이다.

 

가. 고독사 자료수집

 

우리는 고독사 사망자에 대한 정보(자료)가 없다. 자료가 없는데 어떻게 지자체에서는 예방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지 진짜 궁금하다. 고독사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예방책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지극히 추상적이다. 진짜 보여주기식 정책 그 이상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나. 그리움, 추모

 

‘304. 151. 3,378. 4,842’.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304명’

우리는 우리의 귀한 자식을 서해 바닷가에서 눈물로 보낸 바 있다. 세월호 사망자수이다

 

-‘151명’

후진국에서도 발생하지 않는 안전사고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발생했니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수이다. 우리는 매년 그들을 그리워하며 추모한다. 추모를 한다는 것은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게 하지 않겠다’는 우리 스스로 맹세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3,378명’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이다.

 

-‘4,842명’

2022년 고독사 사망자 수이다. 2023년은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도 5천 명이 훌쩍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렇게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우리 이웃을 고독사로 보내면서 아무도 그들이 누구인지, 기억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며 고귀하다. 사회로부터 방치되어 사망한 그들을 그리워하며 추모해야 한다.

 

다. 지역 맞춤형 예방책

 

고독사 사망자에 대한 자료수집과 추모를 통해 우리 지역에 어떠한 사람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사망하였으며, 어떠한 정책이 있었다면 고독사를 피할 수 있었는지 지역에 맞는 예방책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3가지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236개 정도의 관서 중에 기초적인 3가지를 시행하는 곳은 있을까. 의문이 든다. 현장에서 직접 겪어 보지 않았기에 책상에서 쉽게 예방책을 만들고, 내 돈이 아닌 만큼 맘 편히 예산을 편성,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몇 가지 추려 보았다. 지자체에서 주로 사용하는 고독사 예방책 또한 3가지였다.

 

가. 인적네트워크 활용(지자체에 소속 및 연계더;아 있는 각종 단체 동원)

나. 거버넌스 이용(관내 협력 기관인 통신사, 가스 검침, 우유배달과 같은 단체를 이용)

다. 과학기술 동원(로봇 도우미, 스마트 플러그 등)이 대표적인 예방책의 사례이다.

 

서류상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예방책은 없어 보인다. 그러면 현실에서는 고독사가 줄어들고 있을까, 아니면 더 증가하고 있을까. 또다시 의문이 올라온다.

필자가 조사해 본바, 이러한 정책은 이미 일본에서 2007년에 추진한 ‘고독사제로프로그램’에 다 수록돼 있는 내용이다. 즉 일본 것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매년 6만7천여 명 고독사’로 사망, 한국은?

‘고독사 현장 실사팀’ 또는 전문 위탁제 도입 필요

 

일본은 고독사로부터 해방됐을까. 결과는 완패다. 2024년 4월경 아사히 신문은 경시청의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은 매년 6만 7천여 명 정도의 고독사 사망자를 발표했다.

 

필자가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일본의 신문기자에 따르면 “현재 고독사 대응을 이 상태로 유지하게 된다면, 한국도 일본처럼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고 고독사 예방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조금의 시간이 남아있다. 너무 급하게 서둘지 말고 기초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독사 자료수집, 추모 및 그리움, 그리고 지역형 예방책. 이 3가지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 현장 경험으로 제언하자면, 우선 각 지자체에서 ‘고독사 현장 실사팀”을 꾸려야 한다.

 

고독사 현장 실사팀은 변사 현장에 임장해 고독사 또는 자살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을 해야 한다. 허투루 보기엔 고독사(자살) 현장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듯하다. 그러나 현장은 많은 말을 하고 있다. 그들이 마지막 남긴 말을 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망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현장을 통해 정확한 통계도 집계하고, 자료도 수집하고, 추모대상자도 선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망원인을 밝혀내야 예방책을 만들 수 있다. 공무원 입장에서 변사 현장의 일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다. 이 또한 어려우면, 현장실사를 담당하는 민간 위탁사업자에 위탁하고, 공무원이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현장을 무시하면 일본처럼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라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더 늦기 전에 발 빠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필자가 직접 고독사 현장에 뛰어들었다. 부산 기장군 ’길천마을‘을 상대로 마을 전 세대 사실조사를 통해 주민 일대일 맞춤형 예방책을 만들고, 안심카드와 희망노트를 통해 ’장수가 축복이 되는 길천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고독사제로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으로 현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를 통해 노인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부산에 노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인력이 많다는 것이다. 고독사 예방은 기술력이 아니라 인력이 필요하다.

부산은 고독사 예방하기 정말 좋은 곳이다. ’노인복지 1번지, 장수가 축복이 되는 부산‘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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